“조용함이 필요했던 밤에 머문 자리”

피로

시끄러운 게 싫었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다가오지 않았으면 했고,
눈치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날의 나는
작고 단단한 공간이 필요했다.

걸었다.
가로등이 깜빡이고,
익숙한 길 끝에
한 칸짜리 불빛이 조용히 켜져 있었다.

간판은 밝지 않았고
문은 쉽게 열렸다.

그날 문득 들어간 공간이 지금도 생각난다

안내는 조용했고,
룸도 조용했다.
의자에 앉자,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게, 위로였다.
침묵은 부담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매니저를 고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많이 고민하진 않았다.
그날은
말이 적은 사람이 좋았다.

그 선택은
정확했다.

초이스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곳

노래를 부르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음악이 듣고 싶었다.

리모컨만 살짝 눌렀고
그 뒤론
공간이 음악으로 채워졌다.

볼륨도, 울림도
부드럽고 차분했다.

노래보다 음악이 흐르는 공간

한 시간쯤 있었던 것 같다.
무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공기와
그날의 조도,
그날의 여백은 기억에 남는다.